정부는 28일 제42회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로서 내년 1월 27일부터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중증 부상·질병을 입었을 경우 시행령에 따라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이번에 확정된 시행령에는 그간 논란이 됐던 중대산업재해의 직업성 질병의 기준이나 경영책임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보건조치의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졌으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위임한 △직업성 질병자의 범위 △공중이용시설의 범위 △안전·보건확보 의무의 구체적 내용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직업성 질병자의 범위
중대재해법은 동일한 유해 요인에 따른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했다.
시행령 제정안은 중대산업재해 판단기준인 ‘직업성 질병자’의 범위를 ‘각종 화학적 인자에 의한 급성중독과 급성중독에 준하는 질병’으로 정해졌다. 여기에는 유기화합물, 금속류, 산 및 알카리류, 가스 상태 물질류, 허가 대상 유해물질, 금속가공유 등 총 199종의 유해인자와 인 등 금지물질이 해당된다. 특히 급성중독에 준하는 질병은 ▲인과관계의 명확성(급성) ▲사업주의 예방가능성 ▲피해의 심각성을 기준으로 선정됬으며, 직업성 질병의 구체적 내용은 시행령 ‘별표1’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실제 증세는 금방 회복할 경미한 수준인데도 직업성 질병이라는 이유로 중대재해에 포함될 수 있다던 경영계의 우려를 고려해 중증도 기준이 포함된 것이다.
논란이 있었던 직업성 질병 항목에 포함된 ‘열사병‘의 의미는 ‘고열 작업 또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으로 발생한 심부 체온 상승을 동반하는 열사병‘으로 구체화했다.
하지만 노동계가 요구했던 과로로 발생하기 쉬운 뇌심혈관 질환이나 산재로 입은 사고성 요통도 목록에서 빠졌고, 과로사나 일터 괴롭힘등에 대한 내용이나 직업성암 등은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대시민재해의 공중이용시설의 범위
중대시민재해 적용대상이 되는 공중이용시설은 △대상의 명확성 △공중 이용성 및 △재해발생시 피해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상 범위가 규정됐으며, ①연면적 2천㎡ 이상 지하도상가, ②연장 5백m 이상 방파제, ③바닥면적 1천㎡ 이상 영업장, ④바닥면적 2천㎡ 이상 주유소·충전소 등으로 확정됐다.
공중이용시설의 범위와 관해 노동계는 공중이용시설의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경영계는 주유소, 충전소 사업장에는 부대시설, 유휴부지가 포함되기 때문에 면적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각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전·보건확보 의무의 구체적 내용
(중대산업재해 관련)
경영책임자가 지켜야 할 구체적인 의무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행 조치와 관리상의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도 구체적으로 정리됐다.

안전보건목표와 경영방침을 정할 뿐 아니라 전담 조직, 필요한 예산, 전문인력, 종사자 의견 청취 및 도급 시 기준·절차 마련 등을 정해졌으며, 예산부분에서는 ‘재해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시설·장비를 구비하고 유해·위험요인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되었다.
또한 이러한 의무이행·교육실시 여부를 반기마다 1회 이상 점검해 이행되지 않은 경우 인력배치, 예산 추가편성 등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하지만 노동계가 요구해온 구의역 김군 사망사건,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망사건 등에서 거듭 지적됐던 2인1조 작업 등을 위한 적정 인력·예산을 확보하도록 명시하자는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안전·보건확보 의무의 구체적 내용
(원료·제조물 관련)
인체 유해성이 강해 중대시민재해를 부를 수 있는 원료·제조물에 대해서는 △유해·위험요인 주기적 점검 및 위험징후 대응조치 △보고·신고절차 등을 포함한 업무처리절차 마련하여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하도록 했다.
안전·보건확보 의무의 구체적 내용
(공중이용시설·공중교통수단 관련)
공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안전계획시 안전·유지관리를 위한 인력 확보, 안전점검·정밀안전진단 수행 관련사항을 포함하여 수립및 이행토록 하였고, 제3자 도급·용역시 안전·보건 확보 위한 기준·절차 마련 및 조치여부 점검을 연 1회 이상하도록 하였다.
안전보건교육 수강 및 과태료 부과 사항
안전보건교육에 대한 내용과 방법, 과태료에 관해서는 교육내용의 경우,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등 안전·보건에 관한 경영방안 △중대산업재해 원인분석과 재발방지 방안 등으로 구성하도록 하였고, 교육방법은 △20시간 범위內 운영 △비용은 참여자 부담 △분기별 중대산업재해 발생 법인·기관 대상 교육대상자 확정 등으로 명시됬으며, 이를 어겼을 시 1차(1천만원), 2차(3천만원), 3차(5천만원)로 과태로가 발생한다.
중대산업재해 발생사실의 공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시 범죄의 형이 확정되어 통보된 사업장은 △사업장 명칭 △재해발생 일시·장소 △피해자 수 △재해 내용·원인 △해당 사업장 최근 5년 내 재해발생 여부를 관보, 고용부 또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1년동안 게해하여 공표해야 한다.
정부는 법 시행 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분야별 고시 제정 및 가이드라인 마련 ▲권역별 교육 ▲현장지원단 구성·운영을 통한 컨설팅 지원 등을 통해 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기업 등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을 정부가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입법 예고 기간 제출한 의견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며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직업성 질병의 범위에서 뇌심혈관계 질환 등을 제외한 것을 거듭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시행령 제정안은 경영 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 내용 등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법률상 불명확성을 해소하기에 한계를 갖고 있다”며 “경영 책임자는 무엇을 지켜야 할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매우 엄한 형벌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처벌의 남용 가능성도 제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민주노총 또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법령점검 민간위탁 금지, 직업성 질병 전면 적용 등 노동자·시민 요구 외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을 규탄하고, 즉각 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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